질문하는 아이로 키운 집 – 정약용의 성장 비결은 가정에 있었다

1. 조선 후기의 혼란 속에서 태어난 아이, 정약용의 출발

정약용은 조선 후기의 혼란한 시대에 태어났다. 그가 살았던 시기는 정치적으로는 붕당이 격화되고, 사회적으로는 신분제와 민생 문제가 얽히는 복잡한 시대였다. 이처럼 어지러운 시대적 배경 속에서 정약용은 양반 가문에서 태어나지만, 단순히 특권을 누리는 계급의 일원이 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는 어릴 적부터 사회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감수성과 사고력을 가진 아이였다. 그의 가문은 경기 남양주의 유서 깊은 가문으로, 조상 대대로 학문을 중시하고 인격 수양을 강조했다. 특히 정약용의 아버지 정재원은 유교적 원칙을 바탕으로 자녀 교육에 엄격하면서도 합리적인 태도를 보였고, 어머니 혜빈 송씨는 자녀들에게 늘 독서와 성찰을 권장했다.

이런 가정 분위기 속에서 정약용은 매우 이른 나이부터 글을 읽기 시작했고, 단순한 독서가 아닌 생각하는 습관을 들여왔다. 그는 일곱 살 무렵부터 고전과 유교 경전을 접했으며, 책 속의 개념을 단순히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왜 이런 내용이 쓰였는지”를 고민하곤 했다. 당시 조선의 어린 양반 자제들이 형식적인 교육을 받는 것과 달리, 정약용은 지식을 받아들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것을 삶에 연결 지으려는 사고방식을 가진 아이였다. 어린 시절부터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물음에 천착하던 그는, 결국 조선 후기 최고의 실천적 사상가로 성장할 자질을 이 시기에 이미 갖추고 있었던 셈이다.

2. 형제와의 경쟁보다 토론이 우선이었던 가정, 생각을 키운 환경

정약용은 5형제 중 막내로 태어났다. 형들 중에서도 특히 정약전과의 관계는 매우 각별했으며, 이후 정약용의 학문적 성장과 실학사상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나 그들의 유년기에는 단순한 형제 관계를 넘어, 함께 배우고 서로의 생각을 비교하며 성장하는 지적인 경쟁 관계가 있었다. 당시 양반가에서는 어린 형제간에도 서열을 엄격히 지켰지만, 정약용의 집안은 상대적으로 열린 교육 환경이었다. 부모는 아이들에게 무조건 순종을 강요하기보다, 서로의 생각을 말해보도록 장려했고, 말에 논리가 담겨 있으면 나이와 상관없이 귀를 기울이는 분위기가 있었다.

정약용은 어릴 적부터 형들과 함께 글을 읽고 나면 토론을 벌였고, “왜 이런 글이 쓰였는가?”, “지금 우리의 삶에 이 말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같은 질문을 던지며 생각을 확장해 나갔다. 이러한 과정은 정약용이 후에 ‘실학’을 주장하고, 책이 아닌 현실 속 문제 해결에 학문이 기여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기초가 되었다. 다른 양반 자제들이 과거 시험에만 몰두할 때, 정약용은 “이 공부가 백성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이처럼 그의 유년기는 단순한 학습이 아니라, 가정 안에서 시작된 철학적 성찰의 시간이었다.

더불어 정약용 가문은 단순히 유교적 규범을 강요하는 가정이 아니었다. 그의 어머니 송씨는 자녀들에게 책을 읽게 한 뒤, **“너는 이 글에서 무엇을 느꼈느냐”**고 질문하곤 했다. 정약용은 이러한 환경에서 자신만의 의견을 갖는 법을 배웠고, 지식보다 질문을 더 중요시하는 태도를 체화하게 되었다. 가정은 단순한 사교육의 공간이 아니라, 사유의 훈련장으로 기능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지혜로운 말’보다 ‘지혜롭게 생각하는 자세’를 중시했고, 이는 결국 조선 후기 최대의 실천 사상가로 성장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정약용에게 있어 ‘가정’은 단순히 태어난 곳이 아니라, ‘생각하는 인간’으로 성장하는 출발점이었다.

3. 자연을 교과서로 삼은 소년, 실용을 배우다

정약용은 어린 시절부터 자연에 큰 흥미를 보였다. 그는 꽃과 나무, 바람의 방향, 물의 흐름을 관찰하며 세상의 이치를 이해하려 했다. 당시에 자연을 보는 일은 유교의 ‘풍류’로만 여겨졌지만, 정약용은 그 안에서 실질적인 규칙과 원리, 그리고 생활 속 응용 가능성을 발견하고자 했다. 예를 들어, 논밭의 수로 구조를 보며 물이 가장 잘 흐르는 방향을 궁금해하고, 비가 올 때마다 물의 양과 흐름을 살펴보며 효율적인 농업 방식을 상상했다. 단순한 감상이나 아름다움의 차원이 아니라, 자연을 생활의 도구로 바라보는 실용적 시선을 어릴 적부터 갖고 있었다.

정약용은 어린 시절부터 수학적 사고력도 뛰어났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바둑을 두거나 천문 현상을 관찰하면서 숫자와 시간의 흐름에 관심을 보였고, 훗날 수리학, 수공업, 구조설계 등 여러 방면에서 이론적 체계를 발전시킨 것도 그 유년기의 경험이 밑바탕이 되었다. 앉아서 배우는 공부뿐 아니라,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느끼는 배움이 더 중요하다는 그의 교육 철학은 이미 어린 시절부터 자라고 있었던 셈이다. 정약용은 책보다 자연에서 더 다양한 지식을 얻었고, 그것이 훗날 목민심서, 경세유표 등의 실용 서적 집필로 이어지게 된다.

4. 실천하는 학자, 정약용의 리더십은 어린 시절에 자랐다

정약용은 단순히 머리 좋은 학자가 아니었다. 그는 말한 것을 실천하고, 깨달은 것을 사회에 적용하려 했던 철저한 실천형 지식인이었다. 그리고 이 실천성의 뿌리는 어린 시절부터 자라났다. 부모는 늘 말보다는 행동을 중시했고, 어떤 원칙이 있다면 그것을 지키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어린 정약용은 주변 사람들을 도우며 자신이 가진 지식이나 힘이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 고민했고, 이를 통해 ‘배운다는 것은 곧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기 위함’이라는 가치를 몸에 새기게 되었다.

그는 다른 아이들이 과거 시험 준비에만 몰두할 때, 자신의 공부가 세상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먼저 고민하는 아이였다. 이런 사고방식은 정약용을 ‘실학’이라는 조선 후기 최대 사상적 흐름의 중심으로 이끌었고, 백성을 위한 행정 개혁, 기술 혁신, 제도 설계 등에 있어서도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은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리더로 만들었다. 지금 우리가 기억하는 정약용의 위대함은 바로 이 실천력에 있다. 그리고 그 실천력은 조용하지만 깊이 있었던 어린 시절, 생각하고 토론하며 자연을 관찰하고 원칙을 지키던 습관에서 비롯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