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2년, 고려 영주(榮州, 지금의 경북 영주). 가난한 양반가. 조상은 있지만 권력은 없고, 책은 있지만 돈은 없는 집.
정도전은 그곳에서 태어났다. 권문세족이 아니었다. 고위 관료 집안이 아니었다. 가난한 유학자의 아들이었다. 하지만 이 소년에게는 무기가 있었다. 바로 책. 이것은 가난하지만 책을 놓지 않은 소년이, 펜으로 세상을 바꾸고, 마침내 조선을 설계한 이야기다.
1. "우리 집에는 책만 많다" - 가난한 양반가의 현실
1350년경, 도전 8세. 어린 도전이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버지, 우리는 왜 이렇게 가난해요?" 아버지 정운경(鄭云敬)이 한숨을 쉬었다.
"우리는 양반이지만... 권력이 없다. 땅도 별로 없다."
"그럼 어떻게 살아요?"
"공부해서 과거에 급제하면 된다. 그게 우리가 살 길이다."
도전은 집 안을 둘러봤다. 방 한쪽에 쌓인 책들. 『논어』, 『맹자』, 『대학』, 『중용』. 밥상은 초라했다. 보리밥에 된장국. 하지만 책은 많았다.
"우리 집에는... 책만 많구나." 8세 소년의 깨달음이었다.
1352년경, 도전 10세. 친구 집에 놀러 갔다. 권문세족 자제의 집. 충격이었다. 집이 컸다. 기와집, 넓은 마당. 저녁 식사에 고기가 나왔다. 쌀밥, 생선, 과일. 친구는 새 옷을 입었다. 비단옷. 도전은 낡은 옷을 입었다. 친구가 물었다.
"도전아, 너희 집은 왜 이렇게 가난해?"
"... 우리는 땅이 없어."
"아, 그래? 우리 아버지는 땅이 많아. 수백 결이야."
"수백 결?" 도전은 충격받았다. 우리 집 땅은 몇 결밖에 안 되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 도전은 생각했다.
'왜 저렇게 차이가 날까? 같은 양반인데 왜?' 10세 소년의 의문이었다.
1354년경, 도전 12세. 아버지가 촛불을 아꼈다.
"도전아, 촛불이 비싸다. 아껴 써라." 도전은 책을 읽고 있었다. 『맹자』.
"하지만 책을 읽어야 해요."
"그래, 알고 있다. 하지만... 촛불이..."
도전은 결심했다. '낮에 더 많이 읽자. 해가 있을 때 최대한 읽자.'
그날부터 도전은 새벽부터 책을 읽었다. 해가 뜨자마자 일어나서, 해가 질 때까지 읽었다. 밤에는 촛불을 아껴가며 읽었다. 눈이 나빠졌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이것밖에 없다. 책이 나의 유일한 무기다.' 12세 소년의 각오였다.
2. 10대, 이색 선생을 만나다 - "너는 재능이 있다"
1357년, 도전 15세.
운명적인 만남이 있었다. 이색(李穡, 1328-1396). 고려 최고의 유학자. 아버지가 도전을 데려갔다.
"선생님, 제 아들을 가르쳐주십시오." 이색이 도전을 봤다.
"이리 오너라." 도전이 다가갔다.
"『맹자』를 읽었느냐?"
"네, 읽었습니다."
"그럼 맹자가 말한 왕도정치(王道政治)가 무엇이냐?"
도전이 대답했다.
"백성을 하늘처럼 섬기는 것입니다. 백성이 배불리 먹고, 따뜻하게 입고, 편히 살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왕도정치입니다."
이색이 놀랐다.
"15살에 이런 대답을 할 수 있다니... 좋다. 내가 가르치겠다."
이색 선생 밑에서 도전은 성장했다. 유학을 배웠다. 특히 주자학(朱子學). 성리학의 이상. 왕도정치. 민본사상.
도전은 빠져들었다. '이것이다. 이런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15세 소년의 꿈이 생겼다.
"언젠가 나는 이상적인 나라를 만들 것이다."
1360년경, 도전 18세. 이색 선생이 물었다. "도전아, 너는 무엇이 되고 싶으냐?"
"저는... 좋은 나라를 만들고 싶습니다."
"좋은 나라란 무엇이냐?"
도전이 대답했다.
"권문세족이 백성을 착취하지 않는 나라. 토지가 공정하게 분배되는 나라. 왕이 백성을 사랑하고, 신하가 충성하는 나라입니다."
이색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생각이다. 하지만... 그것은 쉽지 않다."
"왜요?"
"권문세족이 그냥 두지 않을 것이다.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 할 것이다."
도전은 결의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
"그래도 해야 합니다. 누군가는 해야 합니다." 18세 소년의 신념이었다.
3. 20~30대, 현실의 벽과 유배 - "세상은 생각보다 잔인하다"
1362년, 도전 20세. 과거에 급제했다. 진사시(進士試) 합격. 가난한 양반가 출신이 관료가 되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관직을 받았지만 낮은 자리. 성균관 학관. 권문세족 자제들은 고위직으로 바로 갔다. 도전은 생각했다.
'실력이 아니라 집안이구나.' '공정하지 않다.'
1370년대, 도전 30대. 조정에서 개혁을 주장했다.
"토지 제도를 바로잡아야 합니다. 권문세족의 횡포를 막아야 합니다."
권문세족이 반발했다.
"정도전, 네가 무엇을 안다고? 가난한 집안 출신이 건방지다."
도전은 물러서지 않았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1375년, 33세. 유배형. 나주(羅州)로 유배되었다. 유배지 나주. 도전은 절망했다.
'내가... 틀렸던 걸까? 책만 읽어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는 걸까?'
밤새 울었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다시 책을 폈다. 『주례(周禮)』. 주나라의 이상적인 제도.
'아니다. 포기하면 안 된다. 언젠가 반드시 기회가 올 것이다.' 유배지에서도 책을 읽고, 글을 썼다.
1380년대, 도전 40대. 유배에서 풀려났다. 하지만 관직은 주어지지 않았다. 떠돌았다. 전국을 유랑하며, 뜻있는 선비들을 만났다. 조준(趙浚)을 만났다. 토지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같았다. 정몽주(鄭夢周)를 만났다. "고려를 개혁해야 한다"라고 했다.
그리고 1383년, 이성계를 만났다.
4. 1383년, 이성계를 만나다 - "장군, 함께 새 나라를 세웁시다"
1383년, 도전 41세. 함주(咸州, 지금의 함경도)에서 이성계를 만났다. 이성계는 무장이었다. 전쟁에서 계속 이긴 장군. 하지만 정치적 이론이 없었다. 도전은 직감했다. '이 사람이다. 이 사람과 함께라면... 새 나라를 만들 수 있다.'
도전이 말했다.
"장군, 고려는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성계가 물었다.
"나도 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하나?"
"새로운 나라를 세워야 합니다."
"새로운 나라?"
"그렇습니다. 토지 제도를 바로잡고, 권문세족을 제거하고, 백성을 위한 나라를 세워야 합니다."
이성계는 생각했다.
"좋다. 함께 하세."
41세 도전과 48세 이성계.
둘의 만남이 조선을 만들었다.
1388년, 도전 46세. 위화도 회군. 이성계가 군대를 돌렸다. 도전이 뒤에서 명분을 만들었다.
"최영의 요동 정벌은 무리다. 백성을 위한 것이 아니다." 회군 성공. 이성계가 실권을 장악했다.
1390년, 도전 48세. 조준과 함께 과전법을 만들었다. 도전은 더 나아갔다. 『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을 쓰기 시작했다.
새로운 나라의 설계도. 통치 구조, 관료 제도, 토지 제도, 군사 제도.
모든 것을 설계했다. "재상 중심의 정치." 왕은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고, 재상이 실권을 가진다. 도전이 꿈꾼 이상 국가였다.
5. 1392~1398년, 조선 건국과 비극 - "펜은 칼보다 강하다, 하지만..."
1392년 7월, 도전 50세. 조선 개국. 이성계가 왕이 되었다. 도전은 재상이 되었다. 개국 1등 공신. 드디어 꿈을 이뤘다.
8세에 "우리 집에는 책만 많다"라고 생각했던 소년이, 50세에 새로운 나라를 설계했다. 한양 천도를 주도했고, 경복궁을 지었으며, 관료 제도를 정비했다. 하지만 이방원과 대립했다. 도전은 재상 중심 정치를 원했다. 이방원은 강력한 왕권을 원했다. 둘은 충돌했다.
1398년 8월 26일, 1차 왕자의 난. 이방원이 군사를 일으켰다. 도전의 집을 포위했다. 도전은 칼을 들지 못했다. 평생 펜만 들었던 사람. 살해당했다. 56세.
"책만 읽어서 뭐 하냐"는 말을 들었던 소년은, 책으로 나라를 세웠지만, 칼에 쓰러졌다.
🌸 결론: 책을 놓지 않은 소년이 펜으로 나라를 설계하다
정도전의 어린 시절은 가난으로 시작되었다. 가난한 양반가. 책은 있지만 돈은 없는 집.
"책만 읽어서 뭐 하냐?" 8세 소년이 들은 말. 하지만 정도전은 포기하지 않았다. 촛불을 아껴가며 책을 읽었고, 15세에 이색 선생을 만났으며, 20세에 과거에 급제했다. 33세에 유배를 당했지만, 유배지에서도 책을 놓지 않았다. 41세에 이성계를 만났고, 50세에 조선을 설계했다. 가난했지만 책을 놓지 않았고, 펜으로 세상을 바꿨다. 정도전이 남긴 것은 『조선경국전』만이 아니었다.
"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펜이 칼보다 강할 수 있다. 이상을 포기하지 마라."
이것이 정도전이 보여준 삶이었다. 8세에 가난을 알았던 소년은, 50세에 새로운 나라를 설계했다. 비록 56세에 칼에 쓰러졌지만, 그가 설계한 조선은 500년을 이어졌다. 어린 시절의 책이, 평생의 무기가 되었고, 마침내 새로운 나라의 기초가 되었다. 60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그를 기억한다. 가난한 양반 자제에서 조선의 설계자로. "책만 읽어서 뭐 하냐"는 말을 들은 소년에서 재상으로.
이것이 정도전이 걸어온 길이고, 어린 시절의 책이 만든 혁명가의 이야기다.
참고문헌 및 출처
주요 사료
- 『조선왕조실록』 태조실록 - 국사편찬위원회
- 정도전, 『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 - 한국고전번역원
- 정도전, 『삼봉집(三峯集)』 - 한국고전번역원
- 『고려사(高麗史)』 - 한국고전번역원
참고 서적
- 한영우, 『정도전 사상의 연구』, 서울대학교출판부, 1983
- 한영우, 『정도전』, 지식산업사, 1999
- 이병휴, 『정도전의 건국철학』, 세종대왕기념사업회, 2000
- 도현철, 『조선초기 정치지배세력연구』, 일조각, 1999
학술 논문
- 한영우, "정도전의 정치사상", 『한국사연구』
- 이병휴, "조선경국전의 정치사상", 『역사학보』
- 도현철, "정도전과 조선 건국", 『한국사학보』
- 김충렬, "정도전의 재상중심정치론", 『진단학보』
관련 유적
- 정도전 묘 (경기도 포천)
- 삼봉공원 (서울 종로구)
- 경복궁 (정도전이 설계)
관련 기관
- 국사편찬위원회
- 한국고전번역원
참고 사이트
- 조선왕조실록
- 한국민족문화 대백과사전
- 한국고전종합 DB
※ 본 글은 『조선왕조실록』, 『삼봉집』, 『조선경국전』과 관련 학술 연구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정도전의 어린 시절에 대한 직접적 기록은 매우 제한적이며, 가난한 양반가 출신, 이색 문하 수학, 유배 경험 등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재구성했음을 밝힙니다. 과거 급제(1362), 유배(1375), 이성계와의 만남(1383), 조선 건국(1392), 1차 왕자의 난(1398) 등은 역사적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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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을 현실로 만드는 설계의 힘을 생각해 보세요
- 펜으로 나라를 세운 재상을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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