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온달, 웃음 속에 숨겨진 장군의 어린 시절

1. 서론: 조롱의 대상에서 고구려 장수가 되기까지

온달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은 먼저 '바보 온달'이라는 별칭을 떠올린다. 아이들 동화책이나 이야기 속에서 온달은 우스꽝스럽고 어리숙한 모습으로 등장하곤 한다. 그러나 실제 역사 속의 온달은 고구려의 국경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장군이며, 한 여인의 신념과 자신의 노력으로 신분의 벽을 넘은 상징적인 인물이다. 특히 그의 어린 시절은 매우 가난하고 사회적으로 낮은 계급에서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적인 품성과 책임감, 정의감 등을 어릴 때부터 몸에 익혀나간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조롱받던 소년이 어떻게 고구려 국왕과 함께 전략을 논의하는 장수가 되었는지를 이해하려면, 그의 유년기와 그 속에서 형성된 내면의 힘을 살펴보아야 한다. 이 글에서는 온달의 어린 시절에 집중해, 그가 어떤 배경에서 자라났고 어떤 일화들이 그를 변화시켰는지를 살펴보며, 오늘날까지도 전해지는 그 위인의 진정한 의미를 되짚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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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산과 강을 벗 삼아 자란 가난한 소년

온달은 고구려 평양성 근처, 지금의 대동강 주변의 산비탈 오두막에서 태어났다고 전해진다. 그의 가정은 매우 가난했고, 아버지 없이 어머니와 단둘이 살았다. 어머니는 길거리에서 나물을 캐고, 작은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이어갔다. 온달은 어려서부터 어머니를 따라 산을 오르내리며 자연과 친숙해졌고, 이는 그에게 육체적인 단련과 함께 관찰력, 인내심을 길러주는 시간이 되었다.

그의 나이 여덟 살 무렵, 마을 장터에서 아이들 사이에 작은 다툼이 벌어졌던 적이 있었다. 당시 온달은 외모와 옷차림으로 인해 또래 아이들로부터 ‘거지 같다’, ‘말도 못 하는 놈’이라며 놀림을 받았다. 대부분의 아이가 눈물 흘리고 도망갈 상황이었지만, 온달은 조용히 아이들을 바라보다가 “말은 내가 부족하지만, 마음은 누구보다 굳세다”라는 말을 꺼냈다. 이 일화는 후에 마을 어른들 사이에서 회자되었고, 많은 이들이 그를 단순한 ‘바보’가 아니라 감정을 다스릴 줄 아는 아이로 보기 시작했다.

어린 온달은 다른 사람을 원망하기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몸을 쓰는 쪽을 선택했다. 고구려의 계급 사회 속에서 ‘서민’도 아닌 ‘빈민’ 출신이 나라의 장수가 된다는 건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었지만, 그는 그 벽을 느끼는 순간마다 더욱 담담하게 자신을 단련해 나갔다. 특히 자연 속에서 단련된 체력과 감각은 훗날 전쟁터에서 빠르게 지형을 읽고 적의 동선을 파악하는 능력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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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바보’라는 꼬리표가 만든 단단한 자존감

 

어린 온달에게 ‘바보’라는 별명은 조롱의 대상이었지만, 그는 그 단어를 부정하거나 도망치기보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품었다. 어느 날, 장터에서 물건을 훔쳤다는 누명을 쓴 일이 있었는데, 그는 억울함을 호소하기보다 묵묵히 자신의 결백을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결국 진범이 따로 밝혀지자, 온달을 비난하던 사람들이 오히려 부끄러워했다. 이때 그는 “말로 사람을 이길 수 없다면, 행동으로 진심을 보여야 한다”라고 말했고, 이는 이후 온달이 살아가는 방식의 뼈대가 되었다.

온달은 말을 잘하지 못했지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스스로 믿고 있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스스로의 가치를 남과 비교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법을 배워나갔다. 어머니가 몸져눕는 날이면, 산 너머 마을까지 나물을 캐러 가면서도 단 한 번도 불평하지 않았다. 이런 온달의 성격은 후에 고구려 왕실의 공주가 그를 남편으로 택하게 되는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왕실조차도 외모나 출신이 아닌, 인간적인 진정성과 성품을 보는 기준을 갖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결국 온달은 ‘바보’라는 별명을, 조롱이 아닌 자기를 표현하는 상징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나는 세상에서 가장 바보일지 몰라도, 가장 정직한 바보가 되겠다”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전해진다. 어릴 적부터 외부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내면을 지키는 연습을 해온 그는, 훗날 국경 방어를 맡는 장수가 되어도 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중심을 유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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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공주의 신뢰를 얻고, 장수가 되기까지

온달의 인생이 크게 바뀐 건 고구려 평원왕의 딸인 평강공주와의 만남이었다. 평강공주는 어린 시절부터 ‘바보 온달과 결혼하겠다’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왔다고 전해진다. 이는 단순한 농담이 아니었다. 공주는 귀족들 사이의 허례허식을 싫어했고, 오히려 진심과 성실함이 있는 사람을 높이 보았다. 그렇게 공주는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온달과 혼인했고, 온달은 그녀와 함께 평양성 밖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그 무렵 온달은 고구려 왕실의 도움을 받아 무예를 배우고, 전쟁에 참여할 기회를 얻게 된다. 하지만 그가 진짜 장군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한 무예의 힘이 아니라, 어릴 적부터 키워온 책임감과 인간 중심의 사고방식 때문이었다. 그는 병사들의 이름을 외우고, 그들의 가족사까지도 기억했으며, 병사들을 단순한 ‘명령받는 자’가 아니라 함께 나라를 지키는 ‘동지’로 여겼다. 이는 군사들에게 큰 신뢰를 주었고, 결국 그는 국경 방어를 총지휘하는 장수가 된다.

그의 마지막 전투는 아단성 전투였다. 그는 나라를 위해 싸우다 전사했고, 고구려는 그의 충성심을 높이 평가해 그를 성대히 장사 지냈다. 그가 목숨을 바친 그곳은 단지 전쟁터가 아니라, 한 아이가 어린 시절부터 지켜내고 싶었던 고향과 백성의 터전이었다. 그가 어린 시절부터 몸으로 익혀왔던 인내, 관찰력, 정의감, 겸손은 단순히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이 아니라, 그 자체로 지도자의 자질이었던 것이다.

 

5. 결론

고구려 장군 온달은 ‘바보’라는 조롱 속에서도 어린 시절부터 성실함과 책임감을 키워왔고, 결국 평강공주의 신뢰와 백성의 지지를 받아 장수가 되었다. 그의 유년기는 외모나 출신보다 중요한 인간적인 가치를 증명한 여정이었다.